Q. 30대 중반 신입 개발자로의 시작은 어떨까요?
본 내용은 2019년 1월 온라인 스터디에서 받았던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Q) 비전공자 30대 중반의 기획자 입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잘 알진 못하고 SQL을 이용해 간단한 데이터 추출은 하는 정도 입니다. 개발자로 방향을 전향하고 싶어 현재 고민 중 입니다. 30대 중반에 신입 개발자로의 시작이 현실적으로 어떠할 지 궁금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씀드리고자 노력하였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 상당히 반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셔서 다양한 분들께 조언을 구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시면 개인적인 상담 진행해드릴게요 :)
물론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성향과 적성, 지금까지 걸어온 경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실 거에요. 제가 질문자님의 성향이나 스펙 등을 모르는 상태고, 어떤 느낌의 개발자를 고려하시는 건지 모르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IT분야의 일도 좀 세분화 됩니다, 순수 개발자, 기술 영업, IT 관련 업 등)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순수 개발자’가 되는 것은 절대 쉬운 길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시다면 그다지 추천해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란, 개발과 사랑에 빠졌다든지, 내 서비스를 꼭 내손으로 직접 만들겠다든지 등이 있겠네요)
30대 중반이면 신입 개발자로는 꽤 늦은 나이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만큼, 남들보다 더 적성에 맞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취업이 불가능하다’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만, 남들보다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시지 않는다면 ‘SI 회사에 경력 뻥튀기‘를 해서 들어가는 게 한계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씀드려봅니다. 지금보다 훨씬 적은 연봉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일하게 되실 거에요 (물론 단기적인 이야기입니다)
해오셨던 경력과 잘 조합해서, 기획 + 개발의 영역으로 가신다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긴 할꺼에요. 기술 영업이나 IT관련 업종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우선 ‘순수 개발자’가 되고자 하신다는 가정하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취업보다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업은 스펙이나 이력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다음에 개인적으로 필요하시면 도와드릴께요!)
(1) 절차를 세우는 타고난 감이 있어야 합니다(논리적 사고를 말합니다)
프로그래밍을 통상 적성을 많이 타는 직종이라고들 말합니다. 첫 번째, ‘절차를 세울 수 있는 감각/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해요. 타고나는 영역에 가깝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수학을 좋아하셨는지(ㅎㅎ)를 떠올려보시면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한 두달 정도만 코딩을 해보면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느낌보다는 현직자가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서요. 이번 온라인 과정을 끝날 때쯤, 원하시면 이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 드리도록 할게요!)
(2) 배움(기술 분야)에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
두 번째, 완전히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특히 기술 분야)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닌, 즐거움+공부 욕구가 생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개발자에게 잘 맞는 성향입니다, 늦게 도전하셔도 빠르게 치고 나가는 분들이 이런 분들입니다.
프로그래밍은 기술의 영역이고, 기술을 공부한다는 건 끊임없는 자기의 무지함(흑흑ㅜ)을 맞닥뜨리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기에, 이미 앞서나간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괴감이 상당히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실력이 느는 것이 바로바로 눈으로 보이지 않아요.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 답답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늦어도 괜찮아,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하다 보면 언젠간 잘할 수 있을 거야’ 등등 긍정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끈기와 강력한 목표
최소 1년 정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취업해서도 계속 자기계발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내가 이걸 꼭 해야 한다’라는 강력한 목표가 필요하고요, 방대한 양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끈기와 성실함이 필요해요. 늦으신 만큼 다른 분들보다 더 많이 집중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4) 올바른 계획과 방법을 활용하여 공부
개인적으로는 너무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은 배우고 익히기에 쉬운 분야가 아닙니다. 이론과 실습이 적절히 병행되어야 하고, 수준별 공부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무작정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공부하다보면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영상 강의만 보고 실습을 하지 않는다던지, 코드를 눈으로만 읽는다던지 하는 방법들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방법론에 대한 자료들도 지도도 충분하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몇가지 패턴화 할 수 있는 공부법은 추후 게시불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프로그래밍 학습법에 대하여 '코딩 공부팁' 메뉴에 꾸준히 작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사실 특별하지 않은 뻔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종을 바꾼다는 것은, 더군다나 그것이 기술직이라면, 지금까지의 경력을 대부분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개발자로 전향한다면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충분히 알아보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시작해서 해봐야겠지만, 처음부터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br/최소 6개월 정도는 원래의 일과 병행하며,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에 익숙해지신 후, 웹이나 앱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보고 나서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대충이나마 '개발이 이런거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하겠다'라는 결심이 섰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신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